왜 샘바이펜은 ‘게으름’을 예술로 말했을까?

전시, 음악, 굿즈로 만나는 다층적 예술 경험 – 샘바이펜 개인전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2025년 5월 17일까지 열리는 샘바이펜(SAMBYPEN)의 개인전 〈LAZY〉는 현대인의 감정 상태인 ‘게으름’을 전면에 내세운 예술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작가 활동 10주년을 기념하며, 신작 회화 18점, 전시 연계 아트 상품, 그리고 음악 앨범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현대인의 ‘무기력’을 유머로 풀어낸 회화적 언어

샘바이펜은 이번 전시에서 단순한 나태함을 넘어, 정보 과잉과 일상 속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게으름’이라는 복합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풀어냈다. 작가는 이를 ‘현대 사회의 반영’으로 받아들이며, 비판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대표 캐릭터 ‘시한폭탄맨’은 해야 할 일을 알지만 미루고만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는 머리에 도화선을 단 채 등장하며, 종종 폭발하거나 연기를 내뿜는다. 이 캐릭터는 포켓몬스터, 심슨, 고전 회화 속 인물들과 함께 등장하며, 익숙한 이미지들을 재배치하는 샘바이펜 특유의 유머를 드러낸다.

비틀기와 오마주: 시각예술로 풀어낸 이미지 소비의 아이러니

샘바이펜의 작업은 늘 낯익음과 낯설음의 경계에서 전개된다. 기업 마스코트, 만화 캐릭터, 유명 회화, 인터넷 밈 등 대중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비틀어 새롭게 구성하며, 진짜와 가짜, 고급 예술과 대중 문화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시리즈는 작가의 그래피티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군으로, 거칠고 풍화된 캔버스 위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 다이너마이트, 전차 등의 오브제가 중첩되어 있다. “FAKE”라는 단어는 예술의 진정성과 이미지 권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장치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넘은 라이프스타일 제안

PKM 갤러리 내 숍 공간에서는 전시 연계 굿즈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엽서, 티셔츠, 스티커, 러그 등 작가의 이미지 언어가 일상 속 오브제로 구현되어, 예술을 보다 친숙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을 소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굿즈는 예술을 생활에 가까이 두는 새로운 방법이다.

음악으로 확장된 전시 경험, ‘게으름’을 들려주다

이번 전시는 시각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의 테마를 음악으로 확장한 앨범도 함께 선보인다. 총괄 프로듀서 Logikal J를 중심으로 류수정, Uneducated Kid, Northfacegawd, Wuuslime, oygli 등 5명의 뮤지션이 참여했으며, 각각의 트랙은 ‘게으름’이라는 감정을 다채로운 사운드로 해석했다. 전시장의 감성과 연결된 음악은 청각을 통해 샘바이펜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샘바이펜의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실험

샘바이펜은 예술과 대중문화, 패션과 커머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유럽과 미국을 오가던 유년기 경험에서 출발해, 사회주의 선전물과 상업 광고 이미지의 유사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나이키, 포르쉐, 어도비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접근하기 쉬운 시각 언어와 감각적인 전시 연출로 실현한다. 관람객은 복잡한 해석 없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통해, 예술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샘바이펜 개인전 〈LAZY〉

장소: PKM 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40)

기간: 2025년 4월 12일 ~ 5월 17일

관람 포인트: 신작 회화, 아트 상품, 전시 연계 음악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