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루브르 쿠튀르(Louvre Couture)〉 전시는 예술과 패션이 교차하는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다.
“예술은 예술이고, 패션은 패션이다.”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생전 예술과 패션을 별개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18세기 인테리어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고, 루브르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며 영감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루브르가 패션과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획기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기사단의 코트를 제외하면 의류를 소장품으로 다루지 않았던 루브르 박물관이 사상 처음으로 패션 전시를 개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샤넬, 지방시, 베르사체를 포함한 45개 패션 하우스가 참여했으며, 이들이 선보이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 피스만 총 65점에 달한다.
예술과 패션의 접점을 탐색하는 전시
전시장 기획을 총괄한 올리비에 가베(Olivier Gabet)는 패션이 예술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보다, 두 영역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선보여진 현대 오트 쿠튀르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면서, 그 의상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루브르의 다양한 소장품을 함께 배치했다.
전시 디자인을 맡은 나탈리 크리니에르(Nathalie Crinière)는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 예술과 패션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9000m² 규모의 전시 공간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패션 무드 보드처럼 구성되었으며, 방문객들은 산책하듯 전시장을 거닐며 패션과 예술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패션이 소환한 예술의 순간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적 감각이 녹아든 패션 디자인을 통해, 패션이 어떻게 예술과 대화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돌체앤가바나의 울 드레스는 11세기 비잔틴 미술의 모자이크 패턴을 떠올리게 한다.
티에리 뮈글러의 레디투웨어 드레스는 중세 갑옷에서 영감을 받았다.
위베르 드 지방시는 골동품 수집가로도 유명했는데, 그가 생전에 소장했던 18세기 캐비닛과 이를 오마주한 이브닝 슈트를 나란히 전시해 패션과 예술이 서로를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브르의 새로운 변화
패션을 품은 루브르의 변화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새로운 문화적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얼마 전, 패션 위크 기간 동안 수백 명의 게스트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디너 파티 **‘르 그랑 디너 뒤 루브르(Le Grand Dîner du Louvre)’**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루브르 박물관이 패션과의 협업을 지속할 것인지, 그리고 이 행보가 **‘프랑스의 멧 갈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브르 쿠튀르〉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5년 1월 24일 – 7월 21일
전시 장소: 루브르 박물관 장식 예술 부서
큐레이터: 올리비에 가베
전시 디자인: 나탈리 크리니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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