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의 드로잉이 옷이 되다 – 2025 봄/여름 협업 컬렉션
프랑스 패션 하우스 르메르(LEMAIRE)가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필립 와이즈베커(Philippe Weisbecker)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미지 사용을 넘어서, 작가의 창작 방식과 미학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이를 의류 디자인과 액세서리 요소로 풀어낸 통합형 협업이다.
절제된 패션과 선형 드로잉의 조우
크리스토프 르메르(Christophe Lemaire)가 이끄는 브랜드 르메르는 늘 실용성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한 타임리스 디자인을 지향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와이즈베커의 간결한 선 드로잉이 의복의 패턴과 실루엣 위에 정교하게 구현되며, 예술과 의복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각적 언어를 완성했다.
협업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브랜드 철학과 예술적 메시지의 일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르메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미니멀리즘 세계관에 와이즈베커의 도식적이고 구조적인 드로잉을 자연스럽게 흡수해냈다.
필립 와이즈베커: 사물을 바라보는 선의 시선
1942년 다카르 출신인 필립 와이즈베커는 파리에서 실내 디자인을 공부한 후 뉴욕에서 건축 제도사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30대에 본격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한 그는, 〈뉴요커〉, 〈뉴욕 타임즈〉, 〈타임〉 등 유력 매체에 작품을 게재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연필로 단순화한 선을 통해 일상적 오브제의 구조적 특성을 강조하며, 사물의 본질과 기능성에 대한 시각적 탐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구, 가구, 기계적 구조물 등 기능적인 요소를 미니멀한 드로잉으로 풀어내며, 시각예술의 고유한 언어를 형성해왔다.
작업실에서 직물로: 르메르 컬렉션 속 예술
르메르 팀은 와이즈베커의 파리 스튜디오를 실제로 방문해 그가 일하는 공간과 도구,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체험한 뒤 컬렉션을 구성했다. 그 결과, 작가의 드로잉이 프린트와 자수, 패턴으로 해석되어 의복에 녹아든다.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으로는 작업 앞치마에서 영감을 받은 탑과 드레스, 루즈한 핏의 셔츠와 폴로 셔츠, 그리고 호보백 등 소품류가 있으며, 모두 작가의 손길이 닿은 듯한 그래픽과 형태미를 반영한다.
스레드 자수는 연필 드로잉의 선을 옷 위에서 재현하고, 플랫한 색감의 프린트는 와이즈베커 특유의 회화적 톤을 그대로 살려냈다. 전체적인 컬러 톤은 브라운, 그레이, 블랙 등 차분하고 절제된 색상으로 구성되었으며, 소재는 가볍고 투명감 있는 원단을 사용해 은은한 깊이를 더했다.
예술을 입는 경험, 철학을 입은 옷
르메르는 트렌드보다 시간을 견디는 옷, 감상보다 사용을 전제로 한 실용성을 우선하는 브랜드다. 이번 협업은 이러한 철학 위에, 와이즈베커가 탐구해온 선형적 미감과 구조적 사고를 더한 작품 같은 컬렉션이다.
필립 와이즈베커의 작업은 그의 저서 『호모 파브레(Homo Faber)』에서도 드러나듯, 인간과 도구, 창작 사이의 깊은 연결을 이야기한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그의 세계관을 텍스타일과 패션 언어로 옮겨 놓은 결과물로, 브랜드와 예술가의 정체성이 조화롭게 만난 사례로 평가된다.
정보 요약
콜라보 브랜드: LEMAIRE
협업 아티스트: Philippe Weisbecker
컬렉션 시즌: 2025 S/S
컬렉션 특징: 선 드로잉 프린트, 스레드 자수, 실용적인 실루엣, 절제된 컬러
주요 아이템: 에이프런형 탑, 드레스, 셔츠, 폴로 상의, 호보백
영감 출처: 파리 작업실, 드로잉, 사물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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