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라흐마니노프에 생을 불어넣다 – 2025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5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들려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감정과 테크닉, 서사와 울림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압도적 울림과 서사의 조화
라흐마니노프가 신경쇠약에서 회복하며 쓴 이 곡은 그 자체로 인간 정신의 복원 기록이다. 임윤찬은 그 인생을 온몸으로 연주했다. 1악장의 서늘한 도입부는 작은 눈덩이처럼 시작돼 장대한 격정으로 확장되며 관중을 사로잡았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향 속에서도 빛나는 명료한 타건과 페달 조율, 마치 물결처럼 번지는 울림이 관객의 심장을 울렸다.
몽환의 2악장, 절정의 3악장
2악장에서는 무장식한 순수함과 내면의 고독이 서서히 스며들며 잔잔한 긴장감을 연출했고, 마지막 3악장은 극도의 난이도를 넘나드는 테크닉과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추진력으로 극적인 피날레를 완성했다. 박수는 그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한참 이어졌다.
TFO와 파비앵 가벨의 서사적 완성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지휘자 파비앵 가벨은 윤이상의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함께 연주했다. 윤이상의 음울한 세계는 날카롭게 구현되었고, 차이콥스키의 ‘운명’ 모티프는 극적인 긴장과 해소로 풀려나갔다. 일부 금관 파트의 미세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론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아시아의 잘츠부르크’의 문을 열다
2025 통영국제음악제는 ‘상주 연주자’ 임윤찬의 이 무대로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40분간 이어진 그의 연주는 단순한 협연을 넘어,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고통, 그리고 해방의 순간을 오롯이 담아낸 대서사시였다. 그날 통영의 밤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만든 찬란한 감정의 파도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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