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것이 솟아나는 서울에서도 남산은 묵묵히 도시의 시간을 품어온 특별한 장소입니다. 남산 근현대 건축 탐방을 통해 골목과 건물 사이사이 켜켜이 쌓인 서울의 기억과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피크닉: 공간의 생애를 기억하다, <힐튼 서울 자서전>
1983년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힐튼 서울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힐튼 서울 자서전>은 이 건축물이 품어온 40여 년의 시간을 복원하고 기념하는 전시입니다. 1층에서는 철거 자재를 활용해 건물의 물성을 새롭게 변주한 서지우 작가의 설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기록과 기억의 아카이브

층을 오를수록 전시는 힐튼 서울의 내밀한 기억으로 안내합니다. 건축 당시의 서신과 운영 자료, 철거를 둘러싼 담론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풀어내어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하나의 생애로서 공간을 마주하게 합니다. 4층에 놓인 크리스마스 장식물은 한때 가장 찬란했던 호텔의 로비를 상기시키며,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애틋한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라칸티나: 1967년부터 이어온 맛의 유산
전시 관람 후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에는 을지로 삼성빌딩 지하의 라칸티나가 제격입니다. 1967년 문을 연 이곳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즐겨 찾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세월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서울에만 있는 이탈리아의 맛
수십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만큼, 이곳의 메뉴는 정통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서울의 이탈리안’을 보여줍니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봉골레 파스타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중후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파스타 한 접시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서울의 근현대 미식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이 됩니다.
-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9 삼성빌딩 지하1층
가배도 남대문시장점: 100년 전 경성을 걷다
고층 빌딩 숲 사이, 1910~20년대 붉은 벽돌 2층 한옥 상가를 복원한 카페 가배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2층 한옥 상가 건물은 그 자체로 개화기 경성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고즈넉한 목조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바쁜 현대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차분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 주소: 서울 중구 남대문로 11
안중근의사기념관 & 민주화운동기념관: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
남산 아래 안중근의사기념관은 과거 일제의 남산 신궁이 있던 자리에 세워져 치욕의 역사를 씻고 독립의 의지를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건물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과 시대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남영동의 민주화운동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로,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인 민주화 운동과 고문의 역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새것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기억이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건축 탐방의 의미 있는 마침표가 될 것입니다.
- 안중근의사기념관 주소: 서울 중구 소월로 91
- 민주화운동기념관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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