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영화인들이 꿈꿔온 공적 시네마테크가 올 11월 충무로에 상륙한다. 서울영화센터는 예술·독립·고전영화 상영을 기본으로, 교육·창작을 연결하는 미디어 허브로 기능하도록 기획되었다. 상영과 보존, 연구와 학습을 아우르는 이 공간이 어떻게 구축되고 있는지 핵심만 추려 소개한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가 되기까지
서울영화센터가 자리할 충무로는 1950년대 김만길 감독의 서라벌 영화사 입지를 기점으로 영화 제작의 심장부로 성장했다. 1960년대에는 명동 일대 제작사들이 임대료 상승을 피해 인근으로 이동하면서 촬영소, 상영관, 조명·음향 업체까지 모여 영화 생태계가 촘촘해졌다. 당대 감독·스태프는 다방과 여관을 근거지 삼아 시나리오와 캐스팅 정보를 나눴고, 신예 배우들은 발탁을 꿈꾸며 거리를 누볐다.
그러나 1995년 영화진흥공사의 홍릉 이전을 계기로 현상소·녹음실 이용이 끊기고, 대형 개발과 함께 임대료 급등이 이어지며 제작 거점은 분산됐다.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등이 차례로 문을 닫았고 2024년에는 대한극장마저 폐관하여, 현재 충무로의 영화적 자취는 대종상 수상작 표기와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 등에 일부 남아 있는 수준이 되었다.
왜 지금, 시네마테크인가
시네마테크는 단순 상영관이 아니라 영화의 역사·미학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영화 아카이브이자 박물관이다. 관객에게는 비상업적·다양성 영화를 만나는 창이며, 창작자에게는 실험과 시도를 보장하는 무대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뉴욕의 필름 포럼처럼 세계 각지의 기관들은 고전 상영과 희귀 필름 수집·복원으로 영화 문화의 기반을 지탱해 왔다.
한국에서는 2002년 서울아트시네마가 민간 차원에서 역할을 수행했으나, 임대 환경에 따른 한계가 지속됐다. 이에 영화계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한국형 시네마테크’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고, 2010년 이명세 감독을 비롯해 봉준호, 박찬욱, 최동훈, 이경미 등 대표 영화인들이 전용관 건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영화인에게 시네마테크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는 당시의 외침은 서울영화센터로 구체화되고 있다.
조민석의 건축 제안 ‘Montage 4:5’
서울시는 2015년 ‘서울시네마테크(가칭)’ 구상을 발표한 뒤 부지·예산·설계 조정을 거치며 계획을 다듬었다. 2017년 말 국내외 건축가 5팀이 참여한 국제지명 설계공모에서 매스스터디스 조민석의 Montage 4:5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스페이스K, 원남교당 등으로 잘 알려진 조민석은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한국인 최초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 등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아온 건축가다. 주변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영화를 위한 공공 공간’이라는 목적이 뚜렷한 안으로, 심사위원단은 “도심 공공성에 대한 신선한 해석”이라고 평했다.
서울영화센터, 어떻게 쓰일까
대지 약 800㎡의 협소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3층부터 지상10층까지 수직 동선을 구성했다. 네 개의 열린 공유 공간과 다섯 개의 박스형 코어가 얽혀 있으며, 로비·강의실·도서관 등에는 자연광을 들이고, 박스 존은 몰입형 감상을 위한 상영과 보존 기능에 집중한다.
상영관은 166석·78석·68석 규모로, 예술·독립·고전 전용 상영을 지향한다. ‘이달의 신인감독전’ 같은 기획을 통해 희귀하거나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소개하고, 아카이브·기획전시·비평 강좌, 단편 제작 워크숍 등 시민 교육 프로그램도 순차 운영할 예정이다. 약 150명 수용의 옥상 오픈시어터는 도심 속 특별한 야외 상영을 구현할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한 필름마켓과 영화인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편집실·공유오피스 제공, 연회비 기반 멤버십(대관·시설 할인)도 도입 예정이다. 센터는 9월 시범 운영을 거쳐 11월 중순 공식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방문 전 체크포인트
- – 개관 일정: 11월 중순 공식 오픈(9월 시범 운영 예정) – 키 포커스: 예술/독립/고전 상영, 아카이브·복원, 시민 교육·전시, 필름마켓 – 건축 포인트: 수직 타워형 동선, 개방형 공공 공간+박스형 상영 코어, ‘Montage 4:5’ – 관람 포인트: 신인감독전, 기획 복원 상영, 옥상 오픈시어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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