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 큰 변혁이 일어났다.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모기업 키링(Kering) 산하의 또 다른 브랜드인 구찌(Gucci)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뎀나는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발렌시아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이며,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가 구축한 우아한 디자인을 자신만의 해체주의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 각진 숄더 라인,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조합 등을 통해 브랜드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그는 다가오는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10년간 몸담았던 발렌시아가를 떠나게 된다.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와 실험적인 스타일로 주목받아온 뎀나가 구찌에서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그의 발렌시아가에서의 상징적인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변화할 구찌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보자.
발렌시아가 데뷔 쇼: 2016 가을·겨울 컬렉션
뎀나 바잘리아가 처음으로 발렌시아가에서 선보인 컬렉션. 그는 기존의 정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에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요소를 가미하려 했다.
와이어 카라, 오프숄더, 레이어링, 플로럴 패턴 등 다양한 디테일을 통해 우아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보였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그의 오뜨 꾸뛰르적 접근 방식을 반영한 컬렉션이었다.
파워 숄더 트렌드의 시초: 2017 봄·여름 컬렉션
오늘날 발렌시아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각진 어깨 실루엣이 처음 등장한 시즌.
봄버 재킷과 가죽 재킷이 주요 아이템으로, 이후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당시 런웨이에 등장한 봄버 재킷들은 여전히 발렌시아가의 전설적인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그 시절 대히트한 슈즈: ‘트리플 S’ & ‘스피드 트레이너’
2010년대 후반, 패션 마니아들이 한 번쯤 검색해 봤을 법한 신발들.
‘트리플 S’는 어글리 슈즈 트렌드를 이끈 대표적인 아이템.
‘스피드 트레이너’는 셀럽들이 사랑한 신발로,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지드래곤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신으며, 패션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킴 카다시안이 사랑한 컬렉션: 2018 가을·겨울
이 시즌부터 뎀나의 감각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은 레이어드 코트 드레스로, 예(Ye, 구 카니예 웨스트)가 당시 아내였던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에게 선물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플로럴 패턴, 맞춤 수트, 각진 골반 실루엣 코트, 오간자 드레스 등을 통해, 뎀나의 다채로운 디자인 세계를 선보였다.
기후변화를 경고한 쇼: 2020 가을·겨울 컬렉션
뎀나는 종종 패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LED 그래픽을 활용해 비, 불, 천둥을 연출하며, 기후변화의 위기를 강조했다.
런웨이 앞 세 줄을 완전히 비워두는 방식으로 지구 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컬렉션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강렬한 퍼포먼스적 요소를 가미한 쇼로 평가받았다.
53년 만의 오뜨 꾸뛰르 복귀: 2021 가을·겨울 컬렉션
발렌시아가는 기성복 도입 이후 53년간 중단되었던 오뜨 꾸뛰르 라인을 다시 부활시켰다.
뎀나는 이를 발표하며 “오뜨 꾸뛰르는 발렌시아가의 근본이며, 이를 복원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선언했다.
오뜨 꾸뛰르 라인의 재출범을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담은 새로운 발렌시아가를 완성했다.
구찌와의 협업 ‘해킹 컬렉션’ (2021년)
이때부터 뎀나의 구찌행이 예고되었을지도 모른다.
구찌 100주년 기념 ‘해킹 컬렉션’에서는 GG 모노그램과 발렌시아가 로고를 결합하는 등 두 브랜드의 정체성이 뒤섞였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보여준 복고풍 스타일과, 뎀나 특유의 파괴적이고 실험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눈 속에서 펼쳐진 런웨이: 2022 가을·겨울 컬렉션
하얀 눈 속에서 진행된 이 쇼는, 특히 노란색 테이프 룩과 쓰레기봉투 백이 화제가 되었다.
“명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듯한 컬렉션이었다.
기존의 실루엣을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실험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
미니멀리즘으로의 회귀: 2023 가을·겨울 컬렉션
이번 시즌은 이전 컬렉션들과는 달리 미니멀한 감각이 강조된 것이 특징.
아동 관련 논란 이후 첫 컬렉션으로, 이를 의식한 듯한 분위기가 강했다.
깔끔한 실루엣과 정제된 디자인을 통해, 본래 발렌시아가가 추구했던 미니멀리즘을 다시금 강조했다.
구찌에서 펼쳐질 뎀나의 새로운 시대
발렌시아가에서 패션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온 뎀나가 이제 구찌로 향한다.
그가 구찌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할지,
혹은 전혀 다른 방향을 시도할지, 패션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구찌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패션 역사의 한 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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