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OS, 애플이 장악하다: 애스턴마틴에 최초 탑재된 ‘카플레이 울트라’ 심층 분석

2022년 WWDC에서 처음 공개되며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던 애플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 울트라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자사의 신형 모델에 세계 최초로 이 시스템을 탑재하며, 차량 내 디지털 경험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마트폰 화면 ‘미러링’을 넘어, 자동차의 운영체제(OS) 자체를 넘보는 애플의 거대한 야망을 보여주는 첫걸음입니다.

단순 미러링을 넘어선 ‘완벽한 통합’

기존 카플레이가 스마트폰의 연산을 화면에 보여주는 ‘모니터’ 역할에 그쳤다면, 카플레이 울트라는 차량의 핵심 시스템과 깊숙이 통합됩니다. 속도계, 연료량 같은 차량 데이터를 계기판에 표시하는 것은 물론, 공조 장치나 라디오 같은 차량 고유 기능을 카플레이 인터페이스 안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습니다.

• 계기판 장악: 차량의 모든 디스플레이, 특히 운전자 앞의 디지털 계기판까지 애플의 UI로 확장됩니다. 속도, RPM, 지도, 미디어 정보 등을 모두 애플의 디자인 언어로 표현합니다.
• 차량 기능 제어: 공조 장치, 시트 열선, 라디오 주파수 변경 등 이전에는 카플레이를 벗어나야만 가능했던 조작들을 이제 Siri 음성 명령이나 터치스크린을 통해 카플레이 내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습니다.
• 제조사 커스터마이징: 애플은 제조사가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래픽과 테마를 맞춤 설정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애스턴마틴 역시 자사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전용 테마를 개발했습니다.

애스턴마틴 DBX 707에서의 경험

세계 최초로 카플레이 울트라가 적용된 애스턴마틴 DBX 707은 운전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아이폰을 연결하면 별도 조작 없이 카플레이 울트라가 자동으로 부팅되며, 10.25인치 센터 스크린과 디지털 계기판 모두 애플의 UI로 작동합니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의 터치패드를 이용해 아날로그 스타일의 계기판부터 지도 전체 화면까지 다양한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디오 튜닝과 같은 일부 차량 고유 기능은 ‘펀치 스루 UI’를 통해 기존 차량 화면이 카플레이 내부에 그대로 나타나, 사용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제조사들의 동상이몽: 환영과 견제

애스턴마틴 외에도 포르쉐, 포드, 볼보, 르노 등 다수의 제조사가 카플레이 울트라 도입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조사가 애플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GM은 카플레이 지원을 철회하는 강수를 뒀고, 메르세데스-벤츠 CEO 역시 “계기판 전체를 외부 기업에 넘길 수 없다”며 견제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차량 데이터와 디지털 생태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자동차 제조사와 빅테크 기업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출시 일정 및 요구 사양

애플 카플레이 울트라는 2025년 5월 15일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애스턴마틴 DBX, DB12, 밴티지 등 주요 신차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됩니다. 2023년 이후 출시된 일부 구형 모델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iOS 18.5 이상이 설치된 아이폰 12 이후 모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