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마력 공랭식 터보의 부활: 싱어 911 클래식 터보 랜선 시승기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 부드러운 크림색 차체와 녹색의 푹스 스타일 휠을 가진 클래식 911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 차는 단순한 복원 모델이 아닙니다. 클래식 포르쉐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싱어 비히클 디자인’이 현대 기술과 장인정신을 결합해 재창조한, 싱어 911 클래식 터보 ‘후지 커미션’입니다. 단순한 기계를 넘어, 운전의 본질을 묻는 이 예술품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심장: 공랭식의 감성, 현대 터보 기술을 품다

이 차의 심장은 포르쉐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한스 메츠거의 이름을 딴 ‘메츠거’ 공랭식 플랫-식스 엔진입니다. 싱어는 964의 3.6리터 엔진을 3.8리터로 확장하고, 여기에 현행 992 터보 S에서 가져온 가변 지오메트리 트윈 터보차저(VGT)를 이식했습니다. 그 결과, 이 클래식한 심장은 최고 출력 503마력이라는 현대적인 힘을 뿜어냅니다. 엔진 블록 자체는 공랭식을 유지하지만, 터보로 뜨거워진 공기를 식히기 위해 워터-투-에어 인터쿨러 방식을 채택하는 절묘한 융합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힘은 오직 6단 수동 변속기를 통해서만 뒷바퀴로 전달됩니다.

섀시와 디자인: 카본 파이버와 클래식의 만남

무게는 약 1,360kg. 1970년대 오리지널 930 터보보다는 무겁지만, 출력은 두 배 이상 강력합니다. 이 역설적인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차체는 스틸 도어를 제외하고 모두 경량 카본 파이버로 재구성되었습니다. 1974년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930 터보의 상징적인 ‘상어 지느러미’ 디자인은 냉각 공기를 엔진으로 유도하는 흡기구로 재해석되었고, 18인치 푹스 스타일 휠 안에는 브렘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숨겨져 있습니다. 서스펜션은 F1 기술이 적용된 R53 코일오버 댐퍼로 완전히 재설계되어, 클래식한 외관 속에 최첨단 기술을 담았습니다.

운전의 본질: 기계와 인간의 교감

왼쪽에 위치한 키를 돌리면, 엔진은 복잡한 기계음과 함께 원초적인 생명력을 드러내며 깨어납니다. 리카르도가 제작한 6단 수동 변속기의 절도 있는 감각, 단단한 클러치의 반응, 그리고 도로의 모든 숨결을 전달하는 유압식 스티어링은 운전자에게 완벽한 통제감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싱어는 순수한 아날로그 감각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보쉬와 협력하여 개발한 5단계 트랙션 및 안정성 제어 시스템은 운전의 즐거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안전을 보장합니다. 대기업인 보쉬가 소규모 제작사인 싱어만을 위해 시스템을 개발해준 것은 이 차가 업계에서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론: 예술품이 된 자동차, 그리고 갖고 싶은 이유

싱어는 포르쉐와 공식적인 관계가 아니기에, 법적으로 이 차를 ‘싱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너들은 기꺼이 이 차를 ‘싱어’라 부르며, 그 이름은 이미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빠르거나 희귀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길가에 세워두었을 때,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 가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옛날 911’처럼 보인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차를 더욱 갖고 싶게 만드는 진정한 매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