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번째 내한 전시 〈사란란〉이 오는 2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석파정 서울미술관 별관 M2에서 열린다.
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미라이짱’의 얼굴을 본다면 금세 알아볼 것이다. 겨울딸기처럼 붉게 물든 볼, 코끝을 타고 흐르는 콧물, 눈을 가린 머리카락.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카와시마 코토리 특유의 사진 스타일이 돋보이는 「미라이짱」 연작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일본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라이짱」을 포함해 첫 연작 「BABY BABY」부터 서울에서 촬영한 신작 「사랑랑」까지 총 309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란란’, 한국어에서 탄생한 전시명
전시명 〈사란란〉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인 ‘사랑’과 ‘사람’을 조합해 만든 단어다.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는 카와시마 코토리에게 두 단어는 같은 소리로 들렸고, 그는 작업 노트에 서투른 글씨로 ‘사란란’을 적었다. 이는 낯선 도시 서울을 바라보는 그의 애틋한 감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서를 살려 전시 제목을 ‘사란란’으로 정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2023년부터 서울을 오가며 준비한 프로젝트다.
28년간 기록한 309개의 순간
“아주 좋은 순간을 놓치면 너무 아쉬워요.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 카와시마 코토리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 별관의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세 개 층에서 진행된다. 한 명의 작가가 여는 개인전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전시 작품만 309점에 달하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미라이짱」을 비롯해 20년 이상의 작업을 아우르는 연작들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작이 포함되며,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카와시마 코토리가 걸어온 작업의 연대기를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암실에서 작업한 젤라틴 실버 프린트 및 C-Print 방식의 인화 작품도 전시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크고 귀여운 미라이짱, 직접 만나보세요”
「미라이짱」은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책이나 스크린을 통해 보던 사진이 아니라,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 대형 사진으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미라이짱은 작가의 친구 딸로, 일본 니가타현 사도가섬에서 성장했다. 작가는 2년 동안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간 미라이짱과 함께 지내며 아이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시기에 촬영한 「Vocalise」도 함께 공개된다.
이 작품은 미라이짱과 함께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유럽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로, 2024년 사진집으로 발간되었다. 낯선 땅을 바라보는 미라이짱의 순수한 시선과 싱그러운 여름의 풍경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서울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뿐만 아니라, 150여 점의 신작이 최초로 공개된다.
카와시마 코토리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7개월간 촬영을 진행했다. 낮에는 서촌을 거닐고, 밤에는 을지로의 바 ‘신도시’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셨다. 서울의 오래된 간판, 길을 걷는 사람들, 한강 위에 퍼지는 저녁노을, 거리의 중년 남성, 골목길을 지나는 고양이와 길가의 쓰레기까지 – 그가 마주한 서울의 모습이 수만 장의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사랑랑’이다.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온 작가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코토리가 담아낸 사람들
카와시마 코토리의 사진 속 인물들은 꾸밈이 없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에서 솔직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배우 나카노 타이가, 우스다 아사미, 일본 뮤지션 아이묭, 한국 영화 감독 양익준 등이 남긴 인터뷰 형식의 추천사가 곳곳에 전시된다. 작가를 직접 경험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사진 속 인물들이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작가와 감정을 나눈 존재임을 알게 된다.
우효의 음악과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
이번 전시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우효와의 특별한 협업도 이루어졌다.
작가는 우효의 음악 ‘돌아온 울고있을레게’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를 배경 음악으로 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작업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사랑랑」 연작 중 하나로, 서울에서 촬영한 영상이 사용되었다.
20년 동안 사진 작업에 몰두했던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영상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움직이는 영상 속에서 코토리가 포착한 인물들과 풍경, 그리고 우효의 음악이 어우러지며 전시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전시 정보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내한 전시 〈사란란〉은 10월 12일까지 서울미술관 별관 M2에서 계속된다.
오랫동안 카메라 너머에서 사람과 순간을 담아온 작가가 서울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지, 직접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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