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키(Hibiki)는 단순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닙니다. 시간, 기억, 감각의 조화를 담은 예술 작품이죠. 다양한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가 마스터 블렌더의 감각을 통해 하나의 울림으로 태어납니다. 마치 수많은 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처럼요.

최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오랜만에 연주하면서, 오래 숙성된 위스키 한 잔과 함께 악보를 펼쳤습니다. 그 위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의 시간과 경험이 층을 이루듯 메모되어 있었고, 그 향과 기억은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블렌딩과 작곡, 시간의 깊이

브람스가 교향곡 1번을 완성하기까지 2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쌓인 감정과 사유는 이 곡에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열정, 고뇌, 희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노라마는 마치 히비키 위스키처럼, 숙성과 블렌딩이라는 예술적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히비키 21년을 음미할 때 느껴지는 그 깊이와 여운은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을 때의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오랜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 예술의 결정체입니다.

기억에 남는 향과 순간들

20대 초반, 일본 산토리홀에서의 브람스 연주와 마에스트로 도야마 유조와의 만남은 예술가로서의 방향을 제시한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마셨던 첫 히비키 위스키의 향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날 마에스트로가 말하던 “울릴 향, 히비키(響)”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예술과 인생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깊은 통찰이었습니다. 블렌더가 위스키를, 지휘자가 음악을, 그리고 우리는 순간을 블렌딩합니다.

예술, 기억, 그리고 울림

산토리의 철학은 단순한 기업 활동을 넘어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히비키 위스키는 단지 마시는 술이 아니라, 마치 브람스의 음악처럼 마음 깊은 곳에 남는 울림입니다.

히비키를 마시는 한 순간, 우리는 그 안에서 브람스의 교향곡을, 지난 시간의 감정을,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함께 느낍니다. 그 울림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의 힘입니다.